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농업'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7.12.30 ‘국민농업론’을 대망(待望)하며
농업계로서 2007년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한 해였다.
밥상용 외국 쌀이 본격적으로 우리 식당을 점령해 들어와 쌀값 하락을 부추켰고 이상기후로 인한 40여일간의 비로 각종 농산물의 작황이 사상 최악으로 나빴다. 한우농가는 물론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한 광우병 의심 쇠고기 뼈가 통관과정에서 통째로 발견되어도 축산농민들은 같은 출신의 장관과 청장의 유구무언(有口無言)에 속수무책이었다.

한미FTA 타결로 농업멸종 우려

우리나라 농업을 멸종시킬지도 모를 한미 FTA 추진에 대하여 기층국민들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광석화처럼 1년만에 타결시킨 현 정부는 아직 뾰족한 사후대책을 세우지도 않은 채 백수십억원을 쏟아 부으며 일방적인 홍보선전만 열을 올리고 있다. 대관절 한미 FTA 이용박람회가 무슨 소용 있으며 인터넷신문에 60분 무료통화권을 증정하여 누구를 재미보게 하겠다는 것인지 어처구니가 없다. 임기를 2년도 아닌 단 2개월도 남겨놓지 않은 처지에 도대체 이 정부는 무슨 꿍꿍이인지 우리 국회더러 미국보다 먼저 비준을 하라고 독촉을 하고 있다.
미 정부와 국회는 일부 자동차 부분을 제외하고는 막대한 이익을 전방위적으로 챙길 것이 예상되는데도 한미 FTA를 재협상하여 추가적인 이익까지 확보해 놓고도 광우병 의심 쇠고기 수입을 전면 허용하지 않는다고 비준을 늦추고 있다. 우리 정부는 더 주지 못해 안달하고 있다.
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지구촌은 바야흐로 농산물 가격폭등으로 이른바 ‘애그플레션(Ag-flation: 농업 인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2년 사이에 국제식품 가격이 75%나 뛰어 올랐고 밀, 옥수수, 콩 등 곡물가격이 1년 사이에 평균 40% 상승하였다. 80% 가까이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해외 곡물수입비용도 덩달아 그 만큼 올랐다. 예컨대 국제원맥 가격이 인상되었다는 이유로 국내 밀가루 제품 값도 최근 34%나 올렸다. 사료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 콩 제품가격도 뛰어 오르고 있다.
그 원인은 첫 번째로 최근 2배가 넘는 원유가격의 끝없는 상승이다. 기름 값이 오르면 농산물 생산·저장·수송 유통비가 오르게 마련이다. 두 번째 이유는 옥수수를 이용한 대체에너지인 ‘바이오 에탄올’의 수요급증 때문이다. 미국과 브라질 등 주요 옥수수 생산국은 물론 원료수입국인 유럽 등지에서도 바이오 대체에너지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옥수수 생산의 3분의 1이 에탄올을 만드는데 쓰이고 있다. 세 번째 원인은 중국과 인도 등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넘는 인구과잉국들의 급속한 경제성장이다. 10년 전에 비해 국민 1인당 육류소비량이 두 배로 늘어 엄청난 규모의 사료곡물 수입수요를 발생시키고 있다. 끝으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일기불순 탓에 세계적으로 농산물 작황이 부진하여 품목에 따라 생산량이 줄어들었거나 정체되었다.

농촌 사라지면 대한민국 ‘대재앙’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시아 아프리카 개발도상국가들은 만성적인 값싼 외국 농산물의 수입증가로 국내 농업기반이 붕괴되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동안 값싼 미국 잉여농산물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 국내 식량자급률은 20%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국내 쌀 자급률을 100% 가까이 지켜온 덕분이었다. 그러나 현 정권은 2004년 WTO 쌀 재협상과정에서 미국 정부의 압력에 굴복하여 밥상용 쌀의 지속적인 수입확대는 물론, 2014년부터는 전면 수입개방하기로 철석같이 약속해 주었다. 그래서 한미 FTA에서 쌀 개방문제를 덮어둔 것인데 마치 FTA 협상을 잘한 결과인양 선전하고 있다. 우리나라 쌀농사의 암담한 앞날이 내다보인다.
이와 같이 현 정부는 우리나라 농업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업적(?)들을 참으로 많이 세웠다. 농업의 다원적 공익기능 의제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쌀과 한우가 우리나라, 우리 겨레의 피요 살이요 혼이라는 구호도 사라졌다. 농업이야말로 하늘과 땅이 내린 생명·생태 산업이다. 환경도 살리고 뭇 생명도 살리며 문화와 전통을 지켜 냈으나 이제 그 소임을 아예 하지 못하게끔 이 정부가 ‘대못질’을 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굴욕적인 협상을 주도한 세력들은 승승장구하고 또 그 덕분에 대통령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도 할 수 있었다. 민생은 도탄에 빠져 신음하는데 이른바 ‘그들만의 천국’으로 나라의 공의(公義)가 땅에 떨어졌다.
농민들이야 농업을 포기하고 농촌을 떠나면 그만이다. 골프입국을 위해 땅을 내놓고 떠나면 그만이다. 기업도시, 혁신도시, 행복도시, 자유무역 특구를 위해 비싼 값으로 보상받고 그 까짓것 농사, 안 지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이 나라에 농업·농촌이 사라질 때 그 엄청난 피해는 고스란히 대한민국 국가와 국민들이 물려받는다. 황폐한 들녘과 방방곡곡에 공장과 골프장과 카지노와 호텔들이 들어서 외양상 휘황찬란할지라도, 분노한 자연의 보복과 문명파괴, 생태계 붕괴, 식량파동, 먹거리 오염, 아토피, 비염, 천식, 당뇨, 뇌졸중, 심장마비 등 각종 환경성 질환의 창궐은 피할 길이 없다. 국민들은 마땅히 숨 쉴 공기, 마실 물, 환경오염으로 큰 고통, 대재앙 앞에 속수무책이다. 장차 부족한 식량을 돈을 주고도 수입하지 못하여 IMF 때 사료부족으로 죽어간 닭, 오리, 돼지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새정부, 국민농업론 펼쳐나가길

아, 농업문제가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문제인 것을 그때 가서 후회하면 뭐하나. 제발 새해 새 정권이 농업·농촌·농민의 존재가 국가와 국민의 유지·발전에 최소한 갖춰야 할 필요충분조건(National Minimum Requirement)이라는 인식을 공유하여 범국민적인 ‘국민농업론’에 기반하여 새 농정을 펴 나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농어민신문. 2007년12월27일자 (제2012호) 김성훈 상지대 총장 / 전 농림부 장관
Posted by 삶엔삼-살아 있는

댓글을 달아 주세요

티스토리 툴바